[성명서]대구지하철중앙로역 화재참사 16주기에 즈음하여

2·18안전문화재단 성명서 2019년 2월 18일

김형기기자 | 기사입력 2019/02/18 [20:21]

2·18안전문화재단은 대구지하철중앙로역 화재참사 16주기를 맞아서 팔공산 동화지구 상가번영회와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화재참사 희생자대책위원회가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을 지지한다.

 

팔공산 추모사업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고 꼬인 것은 대구시가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를 만들 때 희생자 유가족들과 팔공산 동화지구 상인들에게 서로 다른 기대를 가지게 했기 때문이다. 당시 대구시는, 상인들에게는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가 추모공원이 아니라 하고 유가족들에게는 결국 추모공원이 될 거라고 했다. 그래서 애꿎은 상인들과 유가족들이 서로 충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던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대구시가 결자해지해야 한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취임 직후부터 대구지하철중앙로역 화재참사 추모사업 문제를 푸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서 재난피해자들과 함께 중앙로역 화재참사 현장을 보존한 ‘기억 공간’ 조성, 그리고 국민성금으로 만든 2·18안전문화재단 설립을 지원한 바 있다. 우리는 그것을 높이 평가하며 그 연장선상에서 대구시가 남은 추모사업 해결을 위해서도 앞장설 것을 촉구한다. 대구시의 책임 있는 자세가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푸는 경로와 방법으로 지금까지 시도되거나 거론되고 있는 몇 가지 대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경로 (가) 유가족이 주장하고 있는, ‘추모공원을 만들겠다는 대구시와 유가족 사이의 이면합의’가 사실이라는 것을 권위 있는 국가기관이 인증하고 그것에 근거하여 대구시가 행정 행위를 하는 방법이다. 지금 희생자대책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경로다. 희생자대책위원회는 국가기관에 이면합의 사실 인증을 요청하였고, 국민권익위가 현재 이 이슈를 다루고 있다.

 

경로 (나) 대구시, 유가족, 상인들이 서로 협의하여 상생 비전을 만들고, 그것을 대구시가 실행하는 방법이다. 지금 2·18안전문화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경로다. 재단은 2017년부터 재단, 팔공산 동화지구 상가번영회, 대구시, 시민안전테마파크, 팔공산공원관리사무소 5자가 참여하는 ‘시민안전과 지역발전을 위한 상생 포럼’을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상생발전비전을 수립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경로 (다) 국가기관이 개입하여 (나)처럼 이해당사자들이 서로 협의하여 상생 비전을 만들어가는 ‘조정 테이블’을 구성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2·18안전문화재단을 설립할 당시 국민권익위가 주관하여 대구시와 재단이사회(준)가 참여하여 타협안을 도출했던 모델이다. 여기에 상가번영회가 참여하고, 지금 (가)를 다루고 있는 국민권익위가 조정 역할을 맡으면 된다.

 

경로 (라) 대구 지역시민사회가 중립적인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여 공공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대안을 도출하는 방법이다. 이를테면 고리원전 문제 해결을 위한 공론화위원회 운영 모델이다. 이 경로는 지역사회의 민주적 역량을 확인할 수 있고 또 이를 통하여 공익적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대구 지역시민사회는 이를 수행할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우리 2·18안전문화재단은 경로 (가)가 빠른 시일 안에 이루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재단이 기왕에 해 오고 있는 경로 (나)를 계속해 나가면서 경로 (다), 경로 (라)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를 할 것이다.

 

어떤 경로든 2·18안전문화재단입장은 분명하다. 생존권의 위협을 걱정하는 팔공산 동화지구 상인들의 ‘불안감’과 참사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하고 싶다는 유가족들의 ‘간절함’이 서로 모순되지 않는 상생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대구시가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도시에 미래는 없다. 참혹한 사고로 희생된 이웃을 애도할 줄 모르고 그 아픔을 더불어 연민할 줄 모른다면 그 곳은 문명의 도시가 아니라 야만의 도시라 할 것이다. 이 참사는 물질적 성장만을 향해 줄달음쳐온 자본주의 압축성장의 저주였다. 우리에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철학적 성찰을 요구하는 질문이었다.

 

고통스러운 경험을 기억하는 일은 유가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 전체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어두운 역사를 보편적 가치로 승화하여 도시의 비전을 만든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우리도 이 참담한 기억을 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대면하여 대구를 안전과 생명의 도시라는 보편적 가치의 표상으로 만들어가기를 소망한다.


2019년 2월 18일

 

2·18안전문화재단 이사장 김태일 

언제 어디서나 최대의 적은 자기 자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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