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 이윤정 시] 북한산 구멍 난 고목
염상호기자 | 입력 : 2019/08/01 [20:12]
앞으로 보면 멀쩡하게 폼 나는 나무 우아하고 환한 자태까지 지닌 나무
그 뒤로 돌아가서 찬찬히 살펴보니 벌레 한 마리 잘못 만나 갈굼질 당해 가슴속 속속들이 파 먹혀 텅 비어 있다 가릴 수 없을 정도까지 비어지는 동안 얼마나 견고한 고통에 시달렸을까 허허로운 가슴, 차마 쓰러져 죽지 못하고 얼어붙었던 북한산 이마가 말없이 녹아내리면
아직은 살아있다며, 살아있다며 푸르른 손 깃발처럼 흔들고 일어서는 나무 오직 싱그러운 꿈 하나 부둥켜안고 환장할 속을 비우고 또 비워서 물관, 체관, 형성층까지 모두 비우고 나서 한 줌의 온전한 흙으로 돌아가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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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에 거창한 말을 사용하는 습관은 피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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