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44
이파리들이 나무를 떠나는 이 가을에 정을 물 쓰듯 하던 외할머니 그 많은 정 다 풀어 내지 못하고 남은 정 안고 하늘로 가신다 어미 없는 손자 놈 조금만 더 보살피고 싶던 마음도 놓아두고 세상의 나무에서 한 잎으로 떨어진다
죽은 소라껍질처럼 외할머니는 하나의 껍질이 되어 땅으로 돌아가신다 고운 영혼 땅으로 가 묻히면 둥근 씨앗이라도 되어 또 다시 세상으로 싹틔울 날 있으려나
가서 후한 점수 받아 귀하신 몸으로 다시 이 땅에 오시는가 이파리들이 나무를 떠나는 이 가을에 할 일 많은 외할머니 덩달아 떠나셨다.
(외할머니를 보내드리며) <저작권자 ⓒ 다경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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