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길
알맹이를 키우고 보호하기 위해 겉에 가시를 걸친 밤송이도 속이 차고 익으면 스스로 알갱이를 내 놓고 빈 껍질로 돌아 가 썩을 줄 안다 썩을 줄 아는 자만이 어머니의 길로 가라 밤송이처럼, 씨 감자처럼, 조개처럼 미련 없이 살뜰히 썩을 줄 모른다면 부탁한다, 어머니의 길로 접어들지 말라 나를 썩혀 주는 것이 사랑이고, 모정이다
이런 산이라면 아버지의 길로 가라 용맹하여 산 메아리가 쩌렁 쩌렁 울리고 골이 깊고 군데군데 즘게가 버티고 서서 자라는, 그러나 겨드랑이 밑에 고운 진달래 피게 두고 발아래의 것들을 함부로 짓밟지 않고 굽어 살필 줄 아는 그런 산이면 아버지의 길로 가라. <저작권자 ⓒ 다경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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