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널리고 널린 선짓국밥집 사장님들이 들으면 내가 참 별나다 할 것이고 친구들은 나를 또 계몽시인이라고 부르겠지만 이제 더 이상 서슬 퍼런 소의 한을 먹지 않겠다
육질 좋은 고기가 되기 위해 산채로 거꾸로 매달린 소가 목에서 쏟아 낸 핏덩이를 익힌 것이 선짓국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어려서 소를 키워 본 나는 사람과 소통하는 온순한 소의 커다란 눈빛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내가 끓여다 준 김이 나는 쇠죽을 신나게 먹어치우던 소의 표정을
옆 친구들은 얼큰하고 구수한 음식으로 생각하라고, 그렇게 따지기로 하면 세상에 먹을 것이 하나도 없다고 설득하지만
분노로 가득 찬 채 생으로 죽어 간 말 못하는 소의 한을
어찌 내가 편히 씹어 삼킬 수 있는가. <저작권자 ⓒ 다경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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