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의 검객만이 무서운 것이 아닙니다. 창 보다 칼 보다 더 무서운 강단 있는 필봉의 끝에서 재벌가와 정치가도 허물어지고, 유명 인들이 속절없이 무너졌습니다. 글은 위기의 나라를 구하기도 하고, 죽으려던 사람도 살리곤 합니다. 그래서 글은 아무나 써서도 안 되고, 함부로 써서도 안 됩니다. 그 생각을 하면 늘 조심스럽고, 늘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씁니다.
매일이 아슬아슬한 세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재주를 부려서 살아남습니다. 직업의 종류도 다양하고, 특별히 힘든 직업도 많으나, 몸과 마음이 건강한 성인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을 하더라도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각자가 알아서 살아가는 세상이고, 현실이 탄탄하고 잘 나가는 사람일지라도, 평생 자신을 낮추고 겸손하게 살아가는 것을 잊지는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언제 어느 때에 남의 도움을 받게 될지 모르는 일이고, 하루도 빠짐없이 타인이 열심히 일구어 놓은 각종 문화 혜택을 누리면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몸이 위급하면, 얼굴도 모르는 남의 피를 뽑아 자기 몸에 넣고 살아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가장 오만한 말은
‘누구 도움 안 받고, 내 것 내 먹고 사니까 다른 사람들 필요 없어’ 라는 말입니다. 이런 오만한 사람들의 마음을 녹여 보려는 노력이 저의 시 쓰기의 밑그림이 아닌가 합니다.
인생은 100미터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긴 마라톤입니다. 열심히 살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열심히 잘 달려가다가 뒤로 밀려 난 사람들의 가슴을 어루만져 주는 일이 시인들의 몫입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시인은 상처받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익숙합니다. 모두 다 골고루 행복한 세상이 오기를 언제나 지향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결과론자이며, 너무 최고만을 지향하여 왔습니다. 최고가 아니면 무시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형제들과 부모마저 그 중에 잘 풀린 사람을 껴안고, 부실한 실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은근히 외면하는 슬픈 현실입니다.
물질이 판을 치는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돈이 인격이 된지 오래 되었지만, 최고만이 사는 세상이 아니며, 마음먹은 대로 안 되는 것이 세상살이기에 ‘시’라는 것이 생겨났습니다.
살겠다고 이것저것 도전하여 건드려 보다가 설령 엎어먹더라도, ‘등신이네, 한심 하네’ 하는 비난 보다, 그를 위해 조용히 기도 해 주는 자세를 익혀야 선진국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패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성공을 돕는 길입니다.
요즘 치유를 나타내는 뜻을 가진 힐링(healing)이라는 단어를 많이들 사용합니다. 현대 사회가 얼마나 상처가 많은 세상이면 힐링이란 단어가 그렇게 많이 거론이 되겠습니까?
힐링이라는 글자에서 점 하나를 추가하면 ‘헐렁’입니다. 마음 헐렁하게 살아가면 힐링은 저절로 해결 된다고 합니다. 모든 걸 다 잘 하려고, 누구한테도 지지 않으려고, 자신을 볶아대고, 배우자를 볶아대고, 자식과 직원을 볶으면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입니다. 적당히 볶아야지 너무 볶으면, 이리 튀고 저리 튀다가 새카맣게 다 타 버리고 맙니다.
앞으로 거의 모든 노동력은 로봇이 대신하고, 섬세하게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창의적인 예술가들이 대접 받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예술분야에 더 많은 예산을 편성하고, 기업가들도 자진하여 예술가를 후원합니다. 모든 예술은 인류사회에 그 만큼 좋은 기여를 하기 때문입니다.
고인이 된 유명 예술작가의 생가가 관광지가 되어 그 도시, 그 지역 사람들을 먹여 살리고,파리에는 에펠탑이 파리 사람들을 먹여 살리고,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건물은 시드니 사람들을 먹여 살리고 있습니다.
저를 응원 해 주시는 몇 분의 지인님들께서 시를 읽으신 소감을 보내주셨음에 깊은 감사를 드리면서 이 시집 말미에 담았습니다.
제9회 글벗문학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주시고, 상금과 함께 부상으로 이 시집을 무료 출판하여 주신 파주시 출판문화도시 글벗문학 최봉희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동시를 쓰던 기간까지 포함하면 어언 50년 글과 친구 되어 지냈습니다. 수필로 등단한 큰 딸, 시로 등단한 둘째 딸, 10대 후반에 등시로 등단한 아들, 이렇게 우리가족은 한 줄에 꿰인 명태처럼 문학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딘 붓끝을 갈고 닦으며 淸良 이윤정 <저작권자 ⓒ 다경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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