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담아 주신 열무김치

김순규기자 | 기사입력 2020/10/10 [04:31]

아버지가 담아 주신 열무김치

김순규기자 | 입력 : 2020/10/10 [04:31]

▲ 청량 이윤정 시인     

아버지가 만든 김치랑 장아찌하고 

울 엄마표 전통 간장 손된장이 택배로 왔다

 

텃밭에서 햇빛 오래 보게 천천히 키운 열무

좀 쓴맛이 나는데 보약이 될 것이니

가까이 사는 네 작은 딸네도 좀 덜어 주고 

미국서 온 네 큰 딸네도 많이 먹여라

 

아흔 바라보는 아버지 키가 많이 줄고 

한쪽 어깨가 내려앉으셨던데 

머리카락 희끗희끗한 딸 먹이겠다고

돋보기 아래로 김치 담그시는 모습

사진처럼 내 가슴에 찍히고 보인다

 

아이들과 몇 번을 다녀오려 전화를 넣었지만

코로나가 설치니 오고 가지 말자꾸나

염병이 돌 때는 죽은 듯이 엎드려야 사는 길이다

올해는 친정 한 번을 못 가게 지키셨다

 

솜씨 좋은 내 어머니 팔다리가 다 허물어져

젊어서 부엌일 잘 모르던 무딘 아버지 손 빌려

열무김치 열무 물김치 마늘장아찌 오이장아찌 익힌 나물

탯줄처럼 꽁꽁 야물게 묶여 온 걸 보니 

아버지한테 날아갔을 어머니 잔소리 몇 가닥이 

택배 상자 푸는 순간 쏟아져 나뒹군다

 

열무는 너무 오래 절이면 쓴맛이 난다고 

양념을 바를 땐 살살 아기 다루듯 해야 한다고

고맙다는 말보다 눈물이 앞선다 

이렇게 살아보는 일도 일장춘몽이지만 

100세를 채워 살다 가시기를.

 

(2020년 9월 8일 택배를 받고)

세상의 어떤것도 그대의 정직과 성실만큼 그대를 돕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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