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이란 이름 석자 만으로도 치를 떨고 분노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그래서 더더욱, 이 김기춘의 변신을 똑똑히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난 8월 16일 소식을 전한 뉴스룸 손석희 앵커의 목소리에는 분노의 기운이 역력했다. 어처구니없는 일, 시민사회에 국가란 대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하는 내용이란 꽤나 격한 표현도 등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강제 징용 피해자가 아닌 일본 전법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재판을 청와대와 법무부, 외교부와 대법원이 한 자리에 모여 계획했고, 이를 실행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국민은 없다.
국가가 이러한 사법거래를, 반국가적인 재판 뒤집기와 사법농단을 획책했던 사건의 중심에도 역시 김기춘이가 활약 했다. 일제강점기 우리 국민이 피해자인 손해배상 소송을 두고 청와대-관계부처-대법원을 대표하는 대법관까지 모여서 재판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식의 논의를 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삼권분립이 뿌리째 흔들리는 일입니다. 또한 그에 못지않게 전범국의 전범기업을 위해서 피해국의 대통령 등 수뇌부들이 자국의 피해자들에게 불리하도록 일을 도모한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박 전 대통령의 의중을 모아 회의를 주재한 것도, 이를 보고한 것도 바로 김기춘 이었다. 최근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에 재판거래 대상이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이와 관련된 검찰 조사에서 출석한 김 전 실장이 박근혜의 죄를 진술했다는 소식이다. 지금은 말씀드릴 수 없다‘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충성했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 그렇게 대통령 박근혜의 충직한 호위무사였다. 한때 국정농단의 배후가 아니냐는 의문까지 일었던 김기춘의 태도가 확연히 돌변했다.
대통령께서는 지금 말씀하신대로 아침에 일어나셔서 주무실 때까지가 근무시간이고 어디에 계시든지 간에 집무를 하고 계시고 관저도 집무실의 일부인 것이 틀림없습니다. 다만 그 위치를 저는 지금도 말씀드릴 수 없다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 계시는 곳이 바로 대통령 집무실입니다‘라는 희대의 명언도 바로 이 자리에서 나왔다. 박근혜의 호위무사였던 시절을 떠올린다면, 요즘말로 태세전환이 아닐 수 없다. 죄가 발생된 정황이 충격적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공분할 수밖에 없었던 2013년 12월 1일의 청와대 비밀회동의 정황 이다.
검찰 수사 결과로 드러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2013년 12월, 강제징용 피해자 총 9명이 일본 전범 기업 두 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사건과 관련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던 어느 일요일 오전, 김기춘 비서실장의 요청으로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던 차한성 대법관이 청와대 공관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엔 차한성 대법관을 비롯해 김기춘-윤병세-황교안, 이들은 청와대와 외교부가 미리 준비한 일본 기업에 배상 책임을 물으면 한일 관계가 악화 된다는 요구를 차한성 대법관에 전달했다.
이런 회의가 수차례 이뤄졌다고 한다. 이 건은 결국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올라갔고, 아직까지 대법원은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박근혜의 뜻이 반영 실행된 셈이다. 그랬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이제는 배신을 말한다. 이 회동과 관련 검찰에 '당시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자 대법원과 이야기 하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행정부와 사법부의 지극히 부적절한 회동의 책임을 전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떠넘기는 듯한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세월호 7시간을 철저히 감췄던, 박근혜 감싸기에 전력을 다했던 그다.
김기춘이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이던 그가 간첩으로 조작했던 무수한 피해자들을 아느냐는 최승호 감독의 질문에, 김기춘 전 실장은 시종일관 평정을 유지하며 모르쇠로 일관했었다. 그러면서 위와 같은 명대사들을 태연히 뱉어냈다. 자백이 남겨 놓은 김기춘 인생의 명장면이라 할 만 하다. 이러한 김기춘의 변신을 우리는 국민들은 똑똑히 봐둘 필요가 있다. 평생 권력에 빌붙어 독재와 군사 정권 하에서 중정을 호령하고 법무부 장관을 지냈고 국회의원과 실장까지 지냈던 김기춘 이다.
국정조사 특위 질의에 나선 당시 국민당 김경진 의원은 보다 못해 김 전 실장에게 이런 독한 언사를 날렸었다. 제가 웬만해선 거친 얘기 안 하는데요. 김기춘 증인 당신은 죽어서 천당을 가기 쉽지 않을 겁니다. 이런 장면은 또 있었다. 지난 2014년 10월 28일 국회 대통령비서실 국정감사 자리에서 박근혜 세월호 7시간과 관련 집요하게 추궁하는 여야 의원들을 상대로 한 답변 이다.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은 대통령께서는 아침에 일어나시면 그것이 출근이고 주무시면 퇴근이라고 생각을 한다‘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김기춘의 전력을 떠올린다면 확실히 변신이라고 부를 수 만 하지 않은가. 일종의 과거의 김기춘과의 결별 선언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최순실씨와 관련해 보고받은 적 없고 알지 못합니다. 만난 일도 없습니다. 통화한 일도 없습니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김 전 실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의 존재를 묻는 말에 위와 같이 딱 잡아 뗀 바 있다. 그의 이러한 선택적 기억 상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영화가 바로 현 최승호 MBC 사장이 만든 다큐멘터리 자백(2016년)이다. 전 모르는 일입니다. 기억이 없습니다.
나는 간첩을 조작한 일이 없습니다. 사법부에서 한 일인데 저하고 관계없는 일입니다. 제가 수사한 적 없어요. 필자가 한마디 한다면 이런 무리들은 이제라도 대한민국을 떠나면 좋겠다. <저작권자 ⓒ 다경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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