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용어 중에 TPO라는 약자가 있다. 때(time), 장소(place), 경우(occasion)의 머리글자를 딴 말이다.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TPO에 맞지 않으면 워스트 드레서가 된다는 패션에서의 가장 중요한 규칙이다. 정치에도 TPO가 있다. 설령 자유당의 주장처럼 아베의 자민당을 배우고자 한다. 자민당에서 배울 것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배웠다고 치더라도 때(TIME)와 상황(occasion)이 적절했냐는 것이다.
처음부터 남북정상회담에는 똥 씹은 표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으니 정상회담은 관심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던가 아니면 국민의 눈길이 정상회담에 쏠려 있을 때 평소에 배우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었는데 여론 때문에 못하던 것을 지금 해치운 것이던가? 물론 장소(place)도 문제이다. 왜 자유당 당사가 아니고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었을까? 자위대의 창설 기념식을 서울 한 복판에서 개최 하는 것만큼이나 잘못된 장소 선택이다. 따라서 정치에서도 의도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TPO에 맞지 않는다면 국민들 눈에는 친일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도 배 밭에서는 갓 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듯이 오해 살 일을 해 놓고는 친일로 매도 하다고 오히려 역정을 내면 어떻게 반응을 해 주어야 하나? 국민들이 궁예의 관심법을 하여서 자유당의 속마음을 읽을 수 없다. 지구상에 유일하게 지금의 남북의 평화 분위기를 싫어하는 자유당과 자민당이니 동지애가 느껴 질 것이고 평소에 큰 형님 정도로 모셔 왔건만 같은 곳을 쳐다보는 자민당은 잘 나가는데,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자유당으로서는 자민당을 흉내 내고 싶을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의 많고 많은 보수정당 중에 제일 배울 것이 없어 보이는 자민당을 배우겠다는 자체가 언어도단이다. 자유당이 자민당에서 배우고 싶은 것이 일당 독주체제나 정치권력의 세습이라면 자유당의 정체성과 부합 할 것 같다만. 자민당은 위안부를 부정하고 식민지배에 대한 정당화와 독도의 영유권주장을 끊임없이 하면서 대한민국에 대한 도발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정당인데 무엇을 배우고 싶은 것일까? 하지만 말이다. 자유당이 아무리 자민당을 코스프레 하더라도 자민당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국민이다. 스스로 민주주의를 쟁취하고 정권이 국민의 뜻과 반대로 갈 때는 언제라도 뒤집어엎어 버릴 수 있는 이 땅의 능동적인 국민과 스스로는 민주주의를 한 번도 쟁취한 적 없는 수동적인 일본인. 자유당이 자민당을 꿈꾼다면 영원히 꿈속에서 헤맬 것이다.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것이니 그래 자유당은 아베의 자민당 형아로 부터 무엇을 배우고 싶은가?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72%가 이번 제3차 남북정삼회담이 잘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당-미래당은 여전히 완전한 비핵화 운운하며 정상회담 성과를 폄훼하기에 바빴다.
더욱 한심한 것은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을 때, 한국당은 교육 부총리 지명자인 유은혜 물러가라고 집단 시위를 했고, 그것도 모자라 나경원은 국회에서 일본 자민당을 연구해 한국당이 장기 집권할 수 있는 간담회를 열고 있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 친일논란이 일자 나경원은 59년 동안 보수 정당을 유지한 일본 자민당을 연구한 것이 친일로 매도되어 안타깝다고 항변했다. 민생, 경제를 케츠프레이즈로 내걸고 추석 민심을 다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한국당이 이처럼 온국민이 축하하는 남북 정상회담을 폄훼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일본 자민당을 연구하자 성이 난 네티즌들이 차라리 일본으로 가라고 일갈했다. 특이한 것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논평이 한국당과 일본이 거의 흡사하다는 점이다. 추석 밥상에는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오를 것이고, 특히 두 정상이 백두산 천지를 방문한 일화가 주를 이룰 것이기 때문이다. 조-중-동과 종편이 아무리 왜곡 보도를 해도 평화를 바라는 8천만 민족의 정서는 거스를 수 없다. 더욱 한심한 것은 조금 진보적이라 믿었던 손학규 미래당 대표마저 남북정상회담을 실랄하게 비판했다는 점이다.
처음엔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안에 동의해 줄 것 같더니 지상욱 등 강경 보수 세력에 밀려 슬그머니 극우로 돌아섰다. 일각에서는 곧 한국당과 미래당이 합당할 거라는 소문도 일고 있다. 제발 그래주길 바란다. 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남북정상회담을 축하는 못해줄망정 70년대식 냉전논리를 내세워 비하하고, 그것도 모자라 일본 자민당의 장기집권이나 연구하는 당이 과연 제1야당이 맞을까? 그들은 아직도 총선-대선-지선에서 왜 참패했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한국당의 지지율이 17%다. 차기 총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저작권자 ⓒ 다경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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