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주 칼럼]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남자를 위하여

전정주 경북로스쿨교수

백두산기자 du32@hanmail.net | 기사입력 2019/02/01 [03:47]
▲ 전정주(경북로스쿨 원장)    

처자식을 부양하면서 객지에서 직장 생활하느라 10년간 주말 부부로 지내는 남자가 굵은 눈물방울을 흘리고 있다 세상 이제 그만 끝내고 싶다는 이야기를 쏟아내면서 말이다 무슨 소리인가 하니 이유는 언제나 곁에만 있어 줄 줄 알았던 아내의 외도 때문이란다.

 

아내가 외간 남자랑 모텔에 들어가는 모습을 목격하고서는 눈이 뒤집힘을 느꼈지만 흥분 대신 차분으로 “이번 한 번은 용서해 줄 테니 앞으로는 그러지 마“라면서 통큰 남편인 양하며 달래 보는데 ”아니 이왕 이렇게 된 거 각자 갈 길로 가는 게 좋겠어“라면서 눈을 반짝이는 아내의 태도에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남자는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고 있다.

 

가만히 그이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지인이 이렇게 말한다 하늘 아래 영원히  내 것이라는 건 없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이만 별님처럼 바라보면서 살겠노라고 벌꿀처럼 달콤하게 속삭이면서 남녀는 결혼이라는 걸 하지만 어느 순간에 느닷없이 등 돌리고 떠나버릴 수 있는 게 부부라는 관계가 아닌가 싶다라고.

 

그러면서 친구건 배우자건 잠시 외로워서 기대다가 싫증날 때쯤이면 떠나가는 일방의 뒷모습을 은근하게 바라봐 줄 수 있는 정도의 관계로 만족한다면 인생이 그래도 둥글둥글하다는 맛 정도는  보고 가는 게 아닌가 싶다는 말까지 들려준다.

 

옆에 있던 이가 말한다 세상에 내 것이라고는 원래부터  없는 법인데 우리는 내 것이 있는 것인 양 착각하고 살아온 게 아닌가 그리고 결혼을 한다고 해서 아내가 남편의 것이 아니요 남편도 아내의 것이 아님을 알고서 시작하는 지혜를 가졌더라면 지금쯤 해서 불륜한 아내가 용서 구하는 대신 반짝이는 눈동자로 돌아서자는 말을 한다 해도 배신감이나 허무감에서 피가 거꾸로 솟는 남편은 세상에 나오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그렇게 인식의 전환이 가능하다면 사실 외부에서 돌아 온 때 집에 있는 아내를 보고서는 옆집 아주머니가 우리 집에 바람 쐬러 왔나 보다라고 하는 생각도 겨울 지나면 봄이 오듯 자연스러워질 게고 그럴 때 아내가 외도하고 돌아온다 해도 그이는 세상을 마감하고 싶은 생각까지는 가슴에 담지 않을 것이다.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라도 아내가 집안에 움직이며 살아있는 모습으로 보일 때 아 옆집 아주머니가 우리 집에서 주무셨나 보다라고 한 뼘만 떨어져 생각할 능력을 가진다면 아내의 외도 현장에 눈이 마주쳤을 때라도 피가 거꾸로 솟는 일까지는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혼인날 주례사에서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함께 살라는 말은 고전에 속한다 해도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로 시작하는 주례사는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서 본다고 할 때는 최악의 주례사가 아닌가 한다 그러면서 역시 부부는 이심이체라는 메시지를 담고서 시작하는 주례사가 시대변화를 좀 읽을 줄 안다는 이들이 하는 고급의 주례사가 아닌가 한다.

 

동거관계로 만족을 하든 결혼까지 나아가든 남녀는 일심동체가 아니라는 걸 먼저 말해 주어야 하고 그렇게 해석이 가능한 이들이 만들어 가는 유대관계가 부부라고 받아들일 때라야지 단 하루라도 오래 갈 수 있는 관계형성과 유지가 가능해지게 될 거라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금 누리는 자유가 더 이상 누릴 수 없는 자유가 된다고 할 때 그리고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시장경제가 무너진다고 할 때 피가 거꾸로 솟고 눈이 뒤집힌다면 그래도 말이 되지 싶다.

 

배우자의 일방이 바람피우다 들통 난 때 이왕 이렇게 된 거 갈라서고 각자의 길을 가자면서 반짝이는 눈동자로 아내가 쳐다본다고 해서 눈 뒤집히는 남편이 있다고 한다면 그이는 결혼으로 아내는 내 것이라는 실효성 없는 상상에 머물고 있는 남편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금슬 좋다는 이웃의 평가로 잉꼬를 가장하고 한 지붕 아래 한솥밥 먹고 살면서도 서류상 부부일 뿐 기능적 별거가정을 만들고 서로를 외면하는 시선을 하고 살아가는 이 얼마인지 지금쯤에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세상은 변했다 이혼이 자랑거리도 아니지만 허물도 아닌 지점에 와 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결혼은 어쩌다 이루어지는 특별한 일이 되고 이혼은 언제나 경험할 수 있는 흔한 일이 되어가는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심호흡으로 생각해 보이야 한다.

 

경제적 풍요가 부부를 하나로 묶어줄 거라는 생각은 강산이 한 번 바뀌기 전의 일이지 싶다 그이가 갈망하는 게 무엇인가에 기울일 관심이 나에게 준비되어 있는지 돌아 볼 일이다.

 

어떤 신랑감을 생각하는가 하는 필자의 물음에 훤한 외모에다 안정된 직장도 좋겠지만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서로 대화가 가능한 남자면 좋겠다고 말해주던 그 산골처녀는 알고 있었던 것일까? 결혼을 통해서도 남편은 내 것이 아님을 말이다.

 

전정주 경북로스쿨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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